문화토픽
'시공간을 넘나드는 미술 여행' 살보 개인전 개최
작성 : 2025.05.30. 오후 02:55
‘비아조(Viaggio)’는 이탈리아어로 ‘여행’을 뜻하는 단어로, 이번 전시에서는 살보가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영감을 받은 풍경과 상상 속 장면들을 담은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작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살보의 오랜 여행 경험이 그의 예술세계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살보는 이탈리아 혼란기인 1960\~70년대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 운동과 함께 등장한 작가로, 초기에는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구상 회화로 방향을 전환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어 이탈리아 현대미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전시에 포함된 ‘데프레(d’après)’ 연작에서는 미술사 속 여러 작품들을 재해석하는 재미난 시도가 눈길을 끈다. 1976년부터는 알록달록한 풍경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와 카를로 카라(Carlo Carrà) 같은 선배 화가들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다. 살보의 그림과 스케치에서는 시간의 흐름, 기억, 낯선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탐험 정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살보는 첨탑을 그린 ‘오토마니아’, 고대 기둥과 유적지를 그린 ‘카프리치’, 사계절 산길을 담은 ‘밸리’, 지중해 풍경을 소재로 한 ‘메디테라네이’ 등 다양한 주제의 연작들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폭넓게 펼쳤다. 이 중 ‘오토마니아’는 시칠리아, 노르만, 아랍 건축 양식이 혼합된 교회 건물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시점에서 그린 작품군으로, 살보가 1970년대 후반부터 여행하며 받은 영향이 특히 반영된 시리즈다.
살보의 여행은 1969년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졌으며, 현지의 건축 양식, 자연환경, 식물 등 디테일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탄생했다. 1974년에는 친구와 함께 모로코를 방문한 뒤 약 10년간 그리스, 터키 등을 여행하며 풍부한 소재를 얻었고, 1990년대 이후에는 오만, 시리아, 티베트, 네팔 등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작품 활동을 계속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 중에는 오랫동안 방문을 꿈꿔왔던 우즈베키스탄 히바 도시를 그린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살보의 회화는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색채와 세심한 묘사가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경험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 미술 애호가와 전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으며,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이 다양한 시대와 문화를 어떻게 넘나들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살보, 인 비아조’ 전시는 살보의 예술적 유산과 그가 남긴 독창적 시각 세계를 통해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깊이를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살보가 평생을 통해 쌓아온 여행과 관찰, 그리고 기억의 풍경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계와 관람객 모두에게 의미 있는 자리로 기억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