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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매운맛? 음란물 찾다 '진짜 매운맛' 본다

작성 : 2025.06.18. 오전 10:04
 사람들은 살면서 누구나 우울하거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거나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위안을 얻거나, 충동적인 쇼핑을 통해 기분 전환을 꾀하거나, 혹은 다른 자극적인 활동에 몰두하여 현실의 어려움을 잠시 잊으려 한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음란물 시청을 통해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개인의 정신 건강에 장기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독일과 미국 연구팀의 국제 공동 연구는 우울 및 불안과 음란물 문제적 이용 사이의 복잡하고 부정적인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한다.

 

이 연구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약 1년여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성인 4363명(18세부터 96세까지)의 데이터를 분석 기반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그들의 음란물 이용 습관과 현재의 정신 건강 상태를 면밀히 파악했다. 특히 음란물 이용과 관련해서는 '음란물 시청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가', '음란물을 본 후에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는가', '음란물 시청 때문에 일상생활(학업, 직업, 대인 관계 등)에 지장을 받는가' 등 음란물 이용이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핵심 문항에 대한 응답을 수집했다. 이 문항들에서 일정 점수(4점) 이상을 받은 경우, 음란물 이용이 통제되지 않고 개인의 삶에 문제를 야기하는 '문제적 이용' 상태로 정의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표준화된 심리 평가 도구를 사용하여 각 참여자의 우울 및 불안 수준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했다.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전체 연구 참여자 중 약 14%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음란물을 문제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음란물 이용과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문제적 이용 행태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한번 음란물에 대한 문제적 의존 상태에 빠지면 거기서 스스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가장 핵심적인 발견은, 음란물을 문제적으로 이용하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우울감과 불안감이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심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음란물에 대한 문제적 의존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명확하고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의 원인을 '음란물 시청이 제공하는 일시적인 심리적 스트레스 경감 효과'에서 찾고,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러한 불쾌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한 즉각적이고 손쉬운 수단으로 음란물을 선택할 수 있다. 음란물 시청은 단기적으로 강렬한 시각적/심리적 자극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잠시 동안 부정적인 감정을 잊거나 회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는 일시적인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일시적인 효과는 줄어들고, 오히려 음란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거나 의존성이 커지면서 시청 빈도나 강도가 증가하게 된다. 이는 결국 음란물 이용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 즉 중독적인 행태로 이어지고, 이러한 통제력 상실은 다시 죄책감, 수치심, 자존감 저하, 대인 관계 문제 등을 유발하여 우울과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독일 분데스베어대 인문대학 심리학부 소속의 논문 주저자는 이러한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며 "음란물 의존과 스트레스는 서로가 서로를 불러일으키는, 즉 상호 강화적인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음란물에 의존할수록 스트레스가 커지고, 스트레스가 클수록 음란물에 더 의존하게 되는 위험한 고리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우울하거나 불안한 감정을 관리하기 위해 음란물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단기적인 감정 회피는 장기적인 정신적 고통과 문제적 행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중요한 연구 결과는 최근 중독 행위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Addictive Behaviors'에 게재되어 학계 및 관련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때 일시적인 회피 수단이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의존하기보다는,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을 탐색하고 건강한 대처 방식(예: 운동, 명상, 취미 활동,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찾는 것이 개인의 장기적인 정신 건강을 위해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