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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견제 나선 시진핑, 중앙아시아서 ‘동맹 빌드업’ 시작

작성 : 2025.06.18. 오후 02:24
 중국이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권으로 여겨져온 중앙아시아 5개국과 함께 ‘영구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면서, 미국과 서방 중심의 안보 동맹 구도에 대한 견제에 본격 나섰다. 17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2차 중국·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담(C5+1)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은 공동 조약과 선언을 채택하며, 장기적이고 배타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번 회담은 2023년 중국 시안에서 열린 첫 회담 이후 두 번째로 개최된 것으로, 참석국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중국이다. 회담 후 채택된 ‘영구선린우호협력조약’은 총 15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핵심 조항인 제3조에는 “어떠한 당사국도 다른 당사국을 겨냥한 동맹이나 그룹에 참여하지 않으며, 적대적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명백히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와 쿼드(QUAD) 등 소다자 안보 틀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중국은 해당 조약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서방 진영 유입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회담 연설에서 “6개국이 ‘영구적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 것은 새로운 이정표이며, 중국 주변 외교의 선구적 업적”이라며 조약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100년 만의 대변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세계는 격동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며 “관세전쟁과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일방주의·보호주의·패권주의는 해악만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 관세 강화 조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물 중 하나는 중앙아시아 5개국과 중국이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상설 협력 구조’의 제도화다. 양측은 C5+1 협력 메커니즘을 구체화하며 공동 사무국을 신설했고, 초대 사무총장으로 쑨웨이둥 전 러시아 주재 중국 공사를 임명했다. 또한 ‘중국·중앙아시아 정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천명하며, 협력의 핵심 가치를 ‘상호존중·상호신뢰·상호이익·상호협조·고품질 발전’으로 설정했다.

 

경제 협력도 강화됐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앙아 5개국에 총 15억 위안(한화 약 2,867억 원)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조는 인프라 개발, 농업, 디지털 전환, 무역확대 등 각국의 경제 발전에 중점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상회담은 2027년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프랑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회담이 G7 정상회의와 시기적으로 겹친 점을 언급하며, C5+1 회담이 사실상 중국판 G7 대응 외교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앙아시아가 지정학적으로 유럽·중동·러시아·중국 사이의 전략 요충지라는 점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미국 모두를 견제하면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와의 전통적 우호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태도와도 맞물린다. AFP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모스크바와의 관계를 조율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 틈을 노려 정치적·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이번 조약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인민대학교의 리칭쓰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 압박 정책 이후, 중국이 주변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전략적인 대응”이라며 “남미나 아프리카보다 외교적 우선순위가 높은 인접국과의 협력은 중국 외교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상징적 만남을 넘어, 중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실질적인 정치·경제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간 미묘한 전략 경쟁, 미국의 압박에 대한 방어, 그리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실리 추구가 교차하는 다층적인 외교 지형 속에서, C5+1 협력체는 향후 동북아와 유라시아의 질서에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